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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에 대한 박물관의 새로운 아젠다

연사 : 김종규 국가 : Korea 소속 : 2016 영월국제박물관포럼 박람회 명예조직위원장

 

1. 평창동계올림픽과 영월박물관특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2018.2.9~25)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치과정에서 강원도에 문화 인프라 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스포츠행사에도 문화와의 조화가 중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되었던 것 같다. 먼저 평창과 인 접한 오대산 월정사에는 불교박물관도 있지만 오대산 주변과 상원사는 그 자체가 오랜 역사와 수려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에코뮤지엄인데 말이다. 또한, 동계올림픽을 즈음해 평창에서 영월을 거치는 고속도로가 새로 건설된다는 것은 올림픽 유치전 에서도 발표된 바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이곳 영월박물관특구까지의 거리는 20~ 30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영월지역에는 이미 박물관이 26개나 있다. 인구 4만 도시에 인구 1540명당 1개의 박물관이 있음에서 볼 때, 이 지역은 대단한 박물관 밀집지역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래적임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평창동계올림픽은 우선, 당시 우려와는 달리 영월의 아름다운 풍경 과 함께 박물관과 어우러진 문화올림픽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임이 자명해졌다. 얼마 전 끝난 브라질 리 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폐막식은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메시지를 지구촌에 던져주었다. 특히, 환경에 대한 문제는 세계의 허파 아마존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입장에서는 충분히 던질만한 메시지였음을 알게 한다.

 

이제 그 바통을 평창이 받았으니 어떤 메시지를 지구촌에 던질까를 생각하게 된다. 본 발표자는 우리나 라 유일의 박물관 특구인 영월이 그 역할을 했으면 한다. 영월은 군민들의 열망으로 지난 2005년 정부의 신활력 사업에 선정되어 박물관고을육성사업이 시작되 면서 박물관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박물관고을사업은 박물관을 거점으로 지역주민과 상생하자는 목적 에서 관광과 문화가 어우러진 지역경제 활성화에 그 취지가 있다. 지금까지 들어선 박물관의 유형으로 는 현대미술과 전통예술, 종교, 세계문화와 문물, 지리와 역사, 자연과 천문, 미디어 등을 테마로 하고 있 다.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1개관, 2003년 3개관, 2005년에서 2007년에 5개관, 2008년부터 2010년 까지 7개관이 그리고 그 이후 9개관 등 영월에는 박물관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영월군의 자체평가에 의하면, 개방형박물관으로서 박물관과 지역관광자원이 어우러져 활성화되고 있 으며, 지역주민과 연계한 박물관 마을 조성사업 추진에 따라 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또한, 명소·명 가·명품육성사업과 그린컬쳐마켓사업 등의 추진으로 외부관광객이 증가하여 지역민 소득증대로 이어 지고 있다. 다음으로 농특산물 판매증가로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박물관고을 육성사업과 박선규 영월군수의 강력한 의지에 의한 박물관고을 특구지정에 따 라, 특화된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를 선점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은 보이지 않는 성과라 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보여주는 관광이 아닌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체험형 관광으로 지역자원과 연계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 발전해 나아간다는 전략도 필 요하다고 분석하였다. 박물관을 매개로 영월지역의 청정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생태문화도시로서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여 향후 박물관특구로서의 지속적인 발전이 예견된다는 가능성의 발견은 영월의 미래 를 밝게 해주는 요인이다. 이를 통해 박물관과 지역주변관광자원 등의 벨트화로 농촌의 1~2차 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면 이를 위해 앞으로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사업 추진을 해 나 아가야한다는 내용도 분석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영월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석대로 잘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영월박물관특구의 목표와 방향성은 여기에 맞춰져 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영월이 나 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가? 를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지역문화정책의 실험대로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박물관특구 영월이 이제 지역문화균형 발전의 한 모델을 넘어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견인하고 지구촌의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취해 주어야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는 지난 7월에 있었던 제 24차 ICOM밀라노세계대회에서 발제를 했던 박선규 군수 역시 이점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으로 추측된 .

 

따라서 본 발표자는 이번 발표를 통해 글로벌 이슈 몇 가지를 다뤄보고 영월지역의 박물관은 물론, 우리 모든 박물관들이 이 이슈에 능동적으로 나서서 그 변화를 유도하는 아젠다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법고창신이라고 하는 의미를 되새기어 박물관에서의 법고창신의 개괄적인 방법론을 제안하 는데 주안점을 두고자한다.


2. 글로벌 핵심 현안

 

[환경문제]

지구가 지질시대에서 인류에 의한 시대(人類世·Anthropocene)로 들어섰다는 견해가 최근 설득력을 갖게 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Guardian)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 린 국제지질학연합의 ‘국제지질학회의’(IGC)에서 나온 주장이다. 이들은 지구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등으로 인간이 지구에 끼친 영향이 지대함을 증표로 제시했다.

지질시대에는 각 시대를 구분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는 ‘골든 스파이크(Golden Spikes)’라는 것이 있다 고 한다. 인류에 의한 시대를 가르는 골든 스파이크로 가장 유력하게 꼽는 후보로 이들은 방사성 물질 들이라고 주장했다. “1940년대 후반 원자폭탄 실험으로 성층권까지 도달했다가 지구로 떨어진 방사성 핵종이 아마도 가장 두드러지는 물질일 것”이라며 “이는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이 대회에 참여했던 영 국 레스터대학의 한 권위 있는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 북한에서 연달아 실시했던 핵실험 역시 이런 우려 와 일맥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발전소에서 배출된 연소되지 않은 탄소와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입자 역시 유력한 골든 스파이크 후보들이다. 특히 플라스틱은 2차 대전 이후 만들어진 양을 랩으로 만들면 지구를 한 바퀴 둘 러싸고도 남을 만큼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대량 생산돼 지구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 교수는 당시, “바다의 물고기만 해도, 그중 방대한 비율로 몸에 플라스틱을 품고 있으며, 플라스틱이 먹이인 줄 알고 먹었으며 새끼들에게도 물어다 준다. 그리고 이들의 배설물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일부 가 해저에 가라앉는다. 이는 지구가 천천히 플라스틱으로 덮여 가는 한 작은 사례이다.”고 지적했다. 토 양 내 질소와 인산염이 많아진 것도 20세기 중반 들어 두드러진 요인이다. 비료의 사용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비료사용이 많은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일치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인류에 의한 시대를 알리는 골든 스파이크의 후보 대부분이 지구 구석구석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 괴하는 것들인 셈이다. 대기권의 이산화탄소가 지난 6600만 년 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 이전보다 훨씬 급격한 속도로 동식물이 멸종하는 것도 그 증표인 것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몇 세기만 지나도 동식물 종 75%가 사라질 위기에 있게 된다. 그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인류가 이제까지 진화해 온 안정적이고 길 들여진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해졌다. 엘니뇨·라니냐·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도 근본적 으로 변화했다. 지난 9월 10일에 서울에서 있었던 ‘국제 선(선) 건축 세미나’에서 우리불교계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인 의 정스님 역시 기조발제를 통해 “금년 여름과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앞에 다가온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절실하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시리아 내전 – 고통 받는 약자와 문화재]

 

2011년 초 민주화 요구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내전이 발발 5년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 내전을 세계에 서 가장 복잡한 ‘복합내전’으로 평가했다. 이 내전은 기본적으로 정권욕에 사로잡힌 대통령 체제를 유지 하려는 정부군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군 사이에서 벌어졌던 것이 이제는 사우디·카타르·터키·러시아 와 서방의 대리전으로 확산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비극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유엔 시리아 특사는 지난 5년간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760만 이상의 시리아인이 전 세계 각국으로 흩 어졌으며, 이중 480만은 구호물자로 연명하는 난민 신세임을 밝혔다. 21세기 인류사회의 최대 비극으 로 꼽힌다. 다양한 종교·종파가 뒤얽혀 1975~90년 15년 간 서로 싸우다 20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레바논 내전의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전과 희생이 일상화 된데다 뾰족한 해결 방안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시리아 내전의 비극이 새삼스럽게 세계의 관심을 다시 끌고 있다. 시리아 서북부의 격전지 알레포 에서 촬영된 한 소년의 동영상 때문이다. 8월 17일 공습으로 무너진 알레포의 한 건물더미에서 구조된 5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가 그 주인공이다. 무너진 주택 틈새에서 간신히 구조된 그는 머리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데도 너무 놀랐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 인지 울지도 않았다. 하지만 함께 구조된 그의 형인 10살짜리 소년 알리는 복부 상처가 악화돼 안타깝게 숨지고 말았다. 다섯 살이면 내란이 아 닌 시리아의 본 모습조차 본 적이 없는 나이다. 태어나서 계속 비극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시리아 내전 이 민간인 구역과 교전 구역의 경계가 없이 벌어지다 보니 전국에 걸쳐 수많은 ‘옴란’과 ‘알리’가 존재함 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박물관인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문화유적에 대한 파괴와 문화재 유실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 이라크 전쟁 때도 보았던 것처럼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이러한 파괴행위는 회복할 수 없는 죄악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다. 이런 지경인데도, 문제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사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든 서방이든 폭격 정도만 할 뿐 군사적 최종 처리 시도도, 대화를 통한 해결 모색도 멈춘 상태다. 한편, 시리아 사태의 국제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이 역시 놀라울 정도다. 그 비근한 예로 난민 문제는 유 럽에 큰 사회문제와 함께 국가간 민족간 분열의 양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브렉시트(Blexit,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도 난민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 한다. 어떤 측면으로 살펴봐도 시리아 어린이의 목숨을 빼앗고 동심을 앗아가는 내전이 쉽게 종식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 내부는 물론 주변국과 국 제사회 모두가 자기 자신의 주판알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어린이들의 비극과 문화재 파괴 를 종식시킬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인구절벽과 고령화]

 

이웃나라 일본이 고령화와 계속되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가운데 심각한 인구절벽 에 처한 우리나라 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사례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9월 5일 전라북도에서 개최 된 ‘제6차 세계지방정부연합 아태지부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요시히로 일본 전 총무장관은 ‘지방소 멸위기와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생존전략’을 주제로 인구감소 등의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의 현실과 국내 자치단체들의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요시히로 전 장관은 현재 일본 지방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와 저출산율, 청년유출 등의 상황 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전 세계 지방정부가 직면할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요시히로 전 장관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출산율이 낮은 곳은 도쿄도(都)로 인구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 진다면 현재 1천700개 정도 되는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가량이 2040년에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았다. 저출산과 함께 지방 청년들의 대도시 유출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는 끊임없는 인구 감소로 심각한 인구절벽 위기에 처한 전라북도의 현실과도 일치되는 것으로 앞으 로 30년 내 전라북도 지자체 역시 소멸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라북도 인구 는 현재 186만 9천 여 명으로 50년 전인 1965년 251만 명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다. 이러다 보니 전북은 생산 가능한 젊은 층은 갈수록 줄어들고 초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격감의 이 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일본과 우리나라 전라북도의 인구절벽 상황은 비단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관심을 가져야한다. 여기에 더해 인구 고령화는 세계경제를 끝 모를 침체로 인도 할 것이며, 침체된 경기는 다시 인구절벽 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 시킬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글로벌 현안으로 봄이 옳을 것 이다. 이 역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핵무장과 국제정세]

 

지난 9월 9일 북한이 다섯 번째 핵탄두실험을 했다. 올 1월 제4차 핵실험이후에도 북한은 국제적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5차 핵실험을 마친 북한은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성공 적으로 끝내고 표준화·규격화를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4차 핵실험 후 유엔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도 북한은 그 제재를 비웃으면서 마치 불꽃놀이라 도 하듯 단·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들을 하면서 발사체 다종화를 완성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발사 체 다종화에 적합한 핵탄두를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확실한 핵무기 완성품 여부에 대한 마지막 점검 목적의 핵실험 같아 오한마저 느끼게 한다. 금번에 실험한 핵탄두의 위력은 인공지진 5.04, TNT 폭약 10~12톤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것은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75% 에 해당하는 위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만약에 이번 실험된 핵탄두를 서울 상공에 투척하는 경우 거의 100여만 명이 희생되는 잔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이 대 재앙적 상황은 비단 우리 영토만의 문제가 아님을 국제사회는 인식해 야 한다. 동아시아는 물론 먼 나라들까지도 타격권으로 하는 대륙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 했을 때 문제는 보다 심각해짐을 이미 각국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 하는 이러한 행위역시 글로벌 이슈가 아닐 수 없어 우려된다.

 

3. 영월과 박물관에 주어진 새로운 아젠다(Agenda) 지금 서울에서는 대한민국 박물관의 중시조격으로 추앙받고 있는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선생 탄생 110주기를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찍이 불행했던 20세기 초에 해외 유출의 기로에선 우리 문화재를 찾아내고 수집하여 미술관을 설립(간송미술관, 1938년 설립)했던 간 송 선생의 대업과 철학을 반추해보는 이번전시의 주제는 ‘법고창신’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을 OLD & NEW로 표현한 이번전시를 보면서 박물관의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박물관에는 옛것을 보관하고 활용하고 있다. 또 옛것은 당시의 아우라(Aura)를 간직한 채 진열장 에서 당시 의미 그대로를 발현하고 있다고들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옛것이 꼭 그 당대의 색채만을 띄고 있지 않음도 알게 된다. 더러는 시대에 부합한 새로운 가치로, 때로는 보는 이의 시각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한다. 이집트와 그리스 유물이나 잉카문명의 미술품 또 유럽의 르네 상스 미술품이 자꾸 보아도 새롭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이 종이를 대량생산하는데 실마리를 제 공했던 장수말벌의 집짓기, 잠자리의 생김새와 비행 원리를 모방해 만들어진 헬리콥터, 초소형 비행체 의 모델이 된 파리 등이 현대에 와서 발현된 법고창신이라면, 머리는 낙타(駝), 뿔은 사슴(鹿), 눈은 토끼 (兎), 귀는 소(牛), 몸통은 뱀(蛇), 배는 큰 조개(蜃), 비늘은 잉어(鯉), 발톱은 매(鷹), 주먹은 호랑이(虎)에 서 착안해 도상화 된 동양의 대표적인 신수(神獸), 용(Dragon, 龍)은 당대 초고의 법고창신의 결과물이 라 할 것이다.

 

여기서 머지않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천년고찰 용문사에는 신라시대 의상(義湘)대사의 지팡이 전설로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의 나이는 자그마치 1100살이나 되어 그 자체가 살아있는 유물인 셈이다. 이 은행나무는 11세기라는 유구한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새로운 열매를 맺 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000년의 나무에서 매년 새로운 순이 돋고 그 순이 자란 잎에서 열매가 맺는 이 자연의 순리는 우리 박물관이 보여줘야 할 법고창신의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본 발표자는 우리 박물관이 오늘날 이러한 태도를 더 빠르게 찾아내고 견지하여 이것들을 연구하고 전 시하며 이를 통해 계몽하는데 나서야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지구와 환경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우리 인간들은 그릇된 욕망과 잘못된 행동으로 파괴시켜 우리스스로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행해오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여 주인공이 되고 자했던 인간은 결국 자연에게 버림받게 됨을 우리는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 해를 통해 목도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기성세대로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게 된 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우리의 미래는 있을까? 박물관의 유물이 현재까지 보존되어왔듯 미래의 세대들 에게 지구와 환경은 어떻게 전달되어질까?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이 병들어가는 자연환경과 인류의 위기에 대해 용문사의 은행나무에서 보았던 법고창신을 교훈삼 아 새로운 가치로 발현해 내어야한다. 그리고 그 역할의 발원지를 본인은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박물관은 지극히 긍정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일부 전시물이 비단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할지라도 바라보는 관점과 그 활용을 긍정적으로 한다면 이 역시 우리들에게 희망과 교훈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전시물이 가지고 있는 긍정과 희망 그리고 교육의 메시지는 다름 아닌 환경보존과 인간가치의 회복, 약 자를 포용하는 배려심, 인류를 항구적으로 보호하고 보존하는 박애정신 그리고 화합하고 소통하여 얻 을 수 있는 평화 등일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가치를 박물관에서 발견하게 하여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1년에 약 60개 가량의 박물관이 새로 문을 열고 있다. 박물관을 건축함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개발은 물론 자연과 조화되는 설계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에코뮤지엄의 형태를 갖추었으면 한다. 이곳 영월이 동강과 장릉, 한반도지형, 청령포, 폐광의 터마저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이 잘 어우러진 에코뮤지엄인 것처럼 말이다.

 

또한, 시리아의 내전과 북한의 핵무장화로 야기된 평화파괴와 인간가치 추락역시 이와 관련한 박물관 에서부터 교육과 계몽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이라크전쟁과 이번 시리아 내전으로 파괴되고 유실된 문화재의 실상을 중계방송 보듯 TV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보아왔다. 문화유산의 파괴역시 종국에는 평화말살행위이며, 문명 간 또는 국가 간 심각한 갈등요인을 유발케 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만 행이다. 인구절벽으로 표현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특정지역만의 문제를 이미 벗어났다. 이곳 영월을 비롯해 많은 국가의 도시들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국가의 존폐는 물론 인류의 존 재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박물관은 대표적인 가치재(價値財, Merit good)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박물관은 외부편 익(外部便益)을 제공하는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새로운 기능이 교육과 계몽활동에 있음을 재 인식하여 인류의 공공재로 또 비영리 항구적인 기관으로서의 위치에 맞는 기능을 새롭게 설정해야한 다. 각 계층에 부합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통해 각 관의 특성에 맞고 인류공영의 방향성에 적합 한 교육과 계몽, 캠페인, 모금활동 등을 통해 온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향해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여 선도해 나아가야한다. 여기에 모인 박물관 지도자들의 동참을 우선 호소하고자 한다. 아울러, 지난 2013년에 있었던 제23차 ICOM브라질세계대회에서 이번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이며 ICOM한국위원회와 ICOM ASPAC(아시아태평양지역박물관연합)위원장인 배기동 박사가 공식 제안한 ‘세계박물관의 해’ 역시 신속히 지정되기를 촉구한다. 여기에 함께하고 계신 각국 박물관계의 지도자 여 러분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

 

끝으로, 본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이면서 영월박물관 발전을 선도해 온 박선규 영월군수님과 역시 공동 조직위원장이면서 대한민국 박물관을 대표하는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회장께도 심심한 감사와 함께 본 아젠다를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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